MZ세대들과 아파트 선점 경쟁하는 베이비부머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4-04-01 07:34   수정 2024-04-01 17:03


베이비붐 세대 혹은 베이비부머(baby boomer)란 특정기간에 인구수가 폭탄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한 세대를 의미합니다. 출생연도가 대부분 큰 전쟁이 벌어진 직후입니다. 선진국들은 2차 세계대전,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직후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떨어져 있던 부부들이 다시 만나고 미뤄졌던 결혼도 한꺼번에 이뤄진 덕분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이들이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서울 아파트의 매물이 증가하면서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7만건에 머물던 매물량이 최근 8만300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부동산정보업체가 월별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매물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살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간에 가격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경기 침체로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짙어 진 원인도 큽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시기가 맞물리면서 매물이 적체되는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의하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3개월간 전국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판 연령대는 50대와 60대로 각각 36만7000건, 35만8000건을 기록했습니다.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를 한 50~60대들이 아파트를 많이 매도한다는 겁니다. 당장 월급이 끊어지는 은퇴(예정)자들이 부동산을 팔아 생활비로 활용한다는 말이겠죠. 정말 그럴까요?

결론부터 내자면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다고 해서 주택시장에 매물이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은퇴(예정)자들이 주택을 소유하는 방식이나 주택의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집이 없이 노후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집이 당장 없어진다면 어디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요?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생각할 수 있는데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들거나 자격을 갖춘 이후에나 들어갈 수 있는 시설들입니다. 전세로 거주할 수는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는 분들이 주변에는 많지 않고 만약 그렇더라도 전세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시장에는 크게 부정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주택을 소유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주택연금이 대표적입니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노인들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행하는 연금 제도입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순간 그 주택은 더 이상 시중에 매물로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해 가입대상과 대출한도 등 가입 조건이 완화되면서 주택연금 가입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시중에 매물이 잠기는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증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주택시장이 지지부진하면서 증여를 고민하는 은퇴(예정)자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매달 전국적으로 1만5000건에서 2만건이 증여되니 만만치 않은 숫자입니다. 고령화에 따른 영향인지 50대 수증자(증여 받은 사람)가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여가 이루어진 후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이월과세 규정에 의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따라서 증여가 이루어진 주택은 5년 동안은 매물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 이후에도 시장에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거주하는 주택의 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은퇴(예정)자들에게 대형 아파트는 부담입니다. 가구원수가 많아야 두 명인데 공간이 너무 넓습니다. 아파트의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심의 주거선호지역에서 외곽으로 이사하면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도심의 편의시설이 꼭 필요한 고령층이 외곽으로 대거 이전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도심에 남아 있으면서 MZ세대들과 아파트 선점 경쟁을 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지금의 베이비부머는 과거의 은퇴계층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60세가 넘었지만, 여전히 현역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작년 60~70대의 승용 신차 등록은 30대의 신차 등록대수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입니다.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비중을 2014년(12.7%)과 비교하면 60대 이상의 매입비중은 19.44%로 많이 늘었습니다. 반면 40~50대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습니다. 집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매입하고 있습니다.

엑티브시니어(active senior)라 명명되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성인의 임종 선호장소 1위는 본인의 집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0명 중 7명 이상은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하고 집에서 임종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합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재택간호가 가능해지고 가정 호스피스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부분의 노인가구는 현재의 주택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의 연구에 의하더라도 75세 이상의 자가주택 판매비중은 계속 감소하는 중입니다. 주택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는 또다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대거 본인들의 집을 팔 것이라는 추측은 조금만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소유하는 방식이나 주택의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듯합니다. 연령별 아파트 매입비중을 보더라도 작년까지도 베이비부머들은 더 많은 주택을 구입하는 중입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더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할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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